그래요, 웹 개발이 대세인거죠... 그런데~

소프트웨어 신입/경력 개발자를 구하다 보면, 90%가 웹 개발자 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기형적으로 SI 위주로 성장했으니, 일자리 자체가 편중되어 있는 건 맞습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군에 속한 기업 중에서 가장 큰 기업들이 SI 기업들이고, 그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웹 기반의 시스템이니 통계를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겁니다. 가장 큰 기업들이 웹 환경을 주로 다룬다는 편향증(?)의 파급 효과는 그들의 직원들만 웹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청, 재하청을 받는 무수한 회사들과 그 소속 직원들이 웹을 다룰 수 밖에 없고, 선도 기업의 취향(?)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대세를 결정한다고 말해도 무리한 것은 아닐 겁니다.

물론 웹 이외의 솔루션이나 패키지,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작/공급하는 업체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수요 자체가 적고 눈에 띄지 않으니 취업 희망자들에게는 그림의 떡, 혹은 위험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허나, 이런 지나친 편중은 굉장히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너무 많은 공급으로 인해 인력 단가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너도 나도 웹 개발을 지원하기 때문에 웹 개발자 연봉은 10년 아니, 거의 20년째 정체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웹 개발 업무 대부분은 '진입장벽이 낮은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력을 10년을 넘겨도 전문가 대우를 받기 보다 '계륵' 취급 받기 일색입니다. 갑으로 부터 받을 수 있는 인력 단가는 제한되어 있는데, 고급 경력자의 급여 수준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 때문인데, 경력 대비 효율 - 능력이 아니라 수익율 - 면에서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사람들은 2~7년 차의 개발자 입니다. 그 보다 경력이 짧으면 소위 사고치기 쉽고, 그보다 경력이 많으면 회사에서 이익을 추구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10년 경력이 넘는 웹 개발자들이 '중급' 대우를 받고 앵벌이라는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10년 경력이면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면 되는게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가 많지도 않고, PM이라고 해서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기도 어려운데다가, 아예 신입 시절부터 프로젝트 매니저 업무를 맡아온 컨설팅 업체 출신들과 경쟁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PM은 실무 능력보다, 교섭(커뮤니케이션) 능력 및 프로젝트 연장 능력(지속적 영업 능력)을 우선 시 하는데요. 모니터에 머리 쳐박고 개발만 하던 사람은 아무래도 고객과 얼굴 붉히며 싸우다가, 소주 한잔하면서 갈등을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가장 열 받는(!) 문제는 무언고 하니, 국내에서 저도 나름 웹 개발 1세대 (C언어와 CGI 기술로 웹 페이지 만들던...)라고 자부하는데 십수년이 지나도록 웹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축적되어 왔는데, 입사 지원자들이 갖춘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Apache Web Server와 Apache Tomcat Server 의 차이점 (Web Server와 WAS의 차이)을 모르는 건 애교로 웃으며 넘어간다지만... 빌드 자동화 도구의 개념도 모르고, 형상 관리 도구가 무언지도 모릅니다. J2SE와 J2EE의 차이점을 모르면서 '자바 웹 개발' 지원을 합니다. 모르는 건 가르치면 됩니다만, 너무 모르는게 많으면 기업 입장에서 이래저래 초기 교육에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게다가, 입사해서 잘 가르치면 3년 내로 다들 이직하지요. 직업 선택에 자유는 있는 것이지만, 이런 현상들이 중소기업이 신입 직원 뽑는데 저항감을 갖는 핑계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웹 개발이 대세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럼 웹 개발 만이라도 제대로 알아야죠. 디자인 패턴, 리팩토링, 시스템 프로그래밍, 프로그래밍 언어의 심오한 원리 들을 다 몰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겁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은 알겠지만, 바다에 뛰어드는 레밍 떼처럼 아무 생각없이 직업을 선택하지는 마세요. 웹 개발이 대세인 건 맞아요. 그런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취업부터 해야 한다고 덥석 붙잡으면 10년 후에는 밥줄 끊어진다는 겁니다.

여기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이런 댓글을 달지 마세요. 그런 짜증 부릴 시간에 자바 커뮤니티 사이트 라도 들어가서 초보자 코스라도 따라해 보라는 말입니다. 혹은 아예 다른 분야를 찾으세요. 요즘 모교의 컴퓨터 공학과 수업 중에서 프로그래밍 실습과목은 거의다 폐강 된다고 하더이다. 저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말합니다. 밑도 끝도 없는 환상을 가지고 IT 분야에 들어와서 허송세월하다 나이 먹고 후회하는 것보다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게 낫습니다.

켄트 벡 아저씨가 왔다 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겉멋 들어서 열심히 켄트 벡 아저씨 강의랑 조엘 아저씨에 환호하는 중생들 보면 간혹 짜증 납니다. 십수년을 공부해도 여전히 어려운 얘기들인데... 실무 능력도 키우지 않으면서 쫄래쫄래 컨퍼런스 가야 한다고 업무 빼먹고, 학교 강의 빼먹는 어린이들 보면 쥐어 박고 싶어집니다. 제가 머리가 나빠서 켄트 벡 선생의 강의를 이해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회사가 돈을 벌려면, 설계해준 걸 버그 없이 제대로 구현하고, CVS 커밋 부터 제대로 할 줄 아는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개발자가 많아져야 프로젝트들이 성공하고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돈을 벌고, 장래에 어린 개발자들이 머물 큰 회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직 졸업도 안한 병아리들은 말합니다. NHN 가고 싶어요... 다음 가고 파요. 엔씨나 넥슨도 좋아요! 그런 회사 사정들 조금은 알거든요? 이미 거대해진 회사들 장기 전략이 뭔지도 모르고 원하는 스펙이 어떤지 모르면서 꿈만 꾸면 되나요? 간단히 말해 드리죠. 문은 이미 닫혀 있어요. 한국 시장의 규모를 따져보면 더 이상 키울 파이는 없습니다.

이런 잔소리만 늘어놓는 게 무책임/무성의 하다 할지 모르겠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지만, 매주 프로그래밍 세미나에 나가서 직접 발표도 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것들은 계속 공부합니다. 간혹 세미나를 열기도 하는데, 참여자는 없고... 별 것 없는 지식 가지고 약장사하는 인간이라고 악플이나 달리고... 부자가 되고 싶다, 돈 벌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다들 모니터에 걸린 비싼 음식들, 멋진 여행 사진만 보고 하악댈 뿐이죠. 정작 그걸 얻기 위해 필요한 행동은 하지 않아요. 프로그래머를 지망하는데 번번한 소프트웨어 제작 포트폴리오가 없어... 이런데 어떻게 높은 연봉을 줄 수 있습니까? 실력만 되면, 대리급도 중소기업 부장급 연봉으로 스카웃 한다고 공언해도 정작 사람은 없어요~

단적으로 말해서 거지 꼴로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몰골은 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멋진 옷을 입고 있으니까 나도 귀족인줄 아는 거죠. 거울은 없어도 자신을 돌아볼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러고 싶지는 않은 거죠. 그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요 웹 개발이 대세 인거죠. 대세를 따라가면 저절로 성공하나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말리지 않아요.

by 써니 | 2009/09/05 18:55 | Development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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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작은소망의아스카 at 2009/09/05 19:12
뭔가 숙연해지네요 (__)..
저도 웹개발을 약간 꿈꿔 왔었고...
지금 사이버대학교에서 웹 개발 (이라는 이름이 붙고.. 그냥 웹코더.. OTL.. 실력이 개뿔없음 ;ㅅ;)
에 있는 이제 7개월차 되는 신입인데..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걱정입니다 ;ㅅ;..

해야할건 많은데.. 정체되어있으니 ;ㅅ;.. OTL...

Commented by 써니 at 2009/09/05 20:54
하나씩 하세요~ 더 이상의 충고는 불필요하니 패수!
Commented by 허니몬 at 2009/09/05 20:35
아마도, 정부에서 IT 인력을 육성한다면서 노둥부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자바 프로그래머 양성과정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저도 그 양성과정을 통해서 자바 개발자로서의 길에 들어설 채비를 했습니다).

그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정말, 맛뵈기라는 생각을 합니다. 5~6개월의 과정동안 듣는다고 해서 '프로그래머다'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교육과정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프로그래밍에 대한 개념은 미흡한 것도 맞구요. ^^;;

개발자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개발의 노력을 아껴서는 안될듯 합니다. @_@)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_@) 웹 개발의 시류가 거세어지고 있는 건 맞는데, 그 거대한 시류에 뛰어들 타이밍이 너무 늦어버린 느낌이라 슬픕니다. ㅠㅅ-)
Commented by 써니 at 2009/09/05 20:53
그 아마도 가 맞습니다.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님을 존경합니다만...
IT 인으로 가장 큰 실패한 정책을 꼽는게 소프트웨어 인력 단기 양성이죠...
일자리 창출/취업 지원 어쩌고 했는데 덕분에 배부른 건 엉뚱한 이들이죠.

늦다고 생각하면 늘 늦는 겁니다. 자학하지 마세요~ 진심으로 충고 드립니다.
자기 기만 보다 나쁘고 치유할 수 없는 것은 자기 비하 입니다.
Commented by 숲속얘기 at 2009/09/06 11:51
어쩐지 파악 찔리는군요 ㅜㅜ 준비안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양산하고, 품질이 낮은 소프트웨어를 용인하는 한국에서는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라는 사장님들은 여전히 건재하거든요,
Commented by 써니 at 2009/09/06 11:57
한국 사회의 병폐를 일개 개발자/PM 몇몇이 떠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죠~

온라인에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입 바른 소리'나 하는 병신이라고
욕하는 피드백 밖에 얻는게 없습니다. 정부는 캐무시할 뿐이고~
Commented by 너구리 at 2009/09/21 23:06
아 뜨끔하네요.. 모르는게 너무 많다보니;; 졸업반에 있는 학생인데
4학년부터 웹에 눈이 가기 시작해서 노력은 하는데 쉽게 안들어오네요
좋은 글 우연히 보게되서 잘 보고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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