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욕망을 강요할 수 있는가?

강요된 욕망에 대한 짧은 소고. 를 읽고 약간 다른 생각을 적어 봅니다.
최대한 짧게 쓰려고 하는데 가능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따져봐야 할 것은 레인레테님의 쓰신 글과 제 글에서 언급하는 '욕망'의 정체가 무언가 하는 점 입니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생리적인 욕구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묘사가 어려운 관계로 레인레테님이 적으신 화두를 옮겨 봅니다.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정의한 것처럼 '부'는 어떤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욕망'이라는 건 자연발생적인걸까 아니면 사회적 합의의 결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강요된 것일까.

생리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욕망이 아니라, 문명의 혜택을 받게 된 인간이 느끼는 결핍감. 그것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에 한정한다고 설명할 수 있겠죠. 돈을 벌고 싶은 욕망, 더 좋은 물건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레인레테님은 이런 욕구가 외부의 영향 즉, 직접적인 강요 라거나 무의식을 자극하는 세뇌 등의 방법을 통해 개개인에게 전달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연발생적인게 아니라 인공적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제가 파고 들고 싶은 부분은 앞서 문단의 말미에 적은 '인공적인 주입'이라는 표현입니다. 인공(man-made)이라는 말 자체가 인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최초에 누군가 사람들이 더 좋은 TV, MP3, iPhone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받아들이고 말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증거이며, 그 누군가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강요된 욕망'은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악마일까요? ^^; 일단, 악마일거라는 주장에 대한 고찰은 이번 글의 논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악마의 존재를 증명할 논거가 너무 빈약해서 말입니다. (혹은 인간 자신이 악마일지도 모르죠... 쉬잇)

왜 인간은 생리적인 것 이외에 것들에 대해서 탐욕을 느낄 수 있게 된 걸까요? 아마도, 자아(ego)를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자아라는 것을 확연히 느끼려면 외부의 존재에 대해 독립적(independent)이며, 구분(unique)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나와 남 사이에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 자아를 느낄 수 없고, 불안해 지고 마는 겁니다. 따라서, 아이가 자라고 자아를 느끼게 되면 부모와 자신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합니다. 남자와 여자를 인식하고,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며, 점점 자신의 독자성을 깨닫고 안심하는 것이죠.

그런데, 자라면서 사회라는 것에 편입하게 되면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자아의 불안정함을 겪게 되지요. 이름을 통해서 구분하고, 또 행동의 차이를 보이고, 심지어 과격한 행동까지 보이게 됩니다. 이렇듯 자아를 확인하려는 (혹은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동은 평생에 걸쳐 반복되게 됩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국사 선생은 좀 특이한 분이셨는데... 수업 시간에 진도를 나가지 않고 색다른 질문을 던지고는 했습니다. 그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인간이 왜 옷을 입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 혹은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냐는 답변에 즉각적으로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반론했습니다. 더운 나라인 아프리카에서 사는 부족도 옷을 입는다는 것과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라는 답변에 대해서는 성적 특징을 과시하는 듯한 의상은 입는 부족도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역사를 전공하신 분의 이야기는 인간은 옷을 입기 전에 문신을 통해서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대체로 권력자들만 문신을 했다고 하지요.) 문신이라는 장치가 영구적인 데다가, 변화를 줄 수 없어 의상이라는 형태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방법이 도입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목적 외에 점차 추위를 막는다거나, 바람을 막는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설명이죠.

이렇듯 인간은 자아(ego) 확인의 필요성에 의해 생리적인 욕망 이외에 자못 불필요해 보이는 욕망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외에 다른 해석도 있을 수 있겠죠.) 그리고, 각자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자신이 가진 차별화에 대한 욕망을 남들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남의 욕망을 자극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행위도 나타나게 된 것 같습니다. 남의 과시욕을 충족 시켜주고 나는 돈을 번다라거나, 혹은 부모가 자식을 공부시키거나 성공 시켜서 자신이 남다르게 보이기를 원하는 것의 행동 말입니다.

이외에도 사례를 들만한 건 많죠. 비싼 명품을 사들고 과시하는 것. 신상을 꼭 사야 만족스러운 젊은 사람들. 단순히 게임을 하면서도 남다른 아이템을 가져야 하고, 레빌이 높아야 합니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다니는데 남다르게 보이기 위해서 바지 폭을 줄이고, 치마 단을 높입니다. 심지어 군대 내에서도 군복에 주름 갯수를 따지지 않습니까. 사병과 장교의 군복이 다르고, 장군은 또 다릅니다. 장군들 사이에서도 주렁주렁 훈장들을 달아서 서로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지요. 블로그의 스킨을 디자인하고, 아바타를 꾸미느라 돈을 쓰고, 싸이월드 배경 음악을 바꾸기 위해 돈을 씁니다. 최신 휴대폰이 필요한 이유가 별거 있습니까?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이죠. 사람들이 다들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 아무리 비싸도 관심에서 멀어지는 법입니다.

왜 명품은 성능과 효용과 상관없이 비싼 걸까요? 아무나 사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걸 사는 사람들은 아무나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왜 마케터들은 끊임없이 색다른 것들을 보여주려고 애쓸까요? 그래야 사람들의 욕망이 움직이기 때문이죠. 며칠 전 조카 녀석들이 닌텐도 위를 사달라고 졸라서 결국 사주었습니다. 그걸 사자마자 조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보다 하루 일찍 샀다'고 도발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잘한 행동은 아니었고 결국 형수님한테 조카가 혼나기는 했습니다만... 게임을 하게 된 것보다 다른 친구들과 잠깐이나마 다른 위치에 놓였다는 것에 조카는 크게 만족한 것이죠.

결론은 레인레테님이 언급하신 욕망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마음에 씨앗이 담겨져 있고,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 발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y 써니 | 2009/07/09 21:38 | Wisdoms | 트랙백(1) | 덧글(2)

Tracked from 레인레테 :: 작은 달.. at 2009/07/12 21:47

제목 : 강요된 욕망에 대한 짧은 소고 Part II
0. 서설. 지난번에 강요된 욕망에 대한 짧은 소고. 라는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한줄로 요약하자면 욕망이라는것도 강요당할 수 있다. 라는 거였는데 이에 대해서 써니님께서 과연 욕망을 강요할 수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트랙백을 주셔서 읽어본 후 간략한 보충 설명을 하고자 포스팅을 다시 합니다. 1. 매슬로우 5욕구 이론. 매슬로우의 5욕구 이론이라는것 혹시 알고 있는가? 워낙 유명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꺼라 생각하지만 아주......more

Commented by ian at 2009/07/09 22:53
너다운 장황한 글이구나. 결국 네가 그렇단 얘기를 쓴거군.
Commented by ian at 2009/07/09 22:54
놀아준다고 감동하진 말아라. 역겨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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