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9일
IT 전문가 그리고 소설가... 나는 소설가에게 귀를 기울인다.
본업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소개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다 보니 '주어진 일'을 하기 보다는 무언가 돈되는 사업을 찾아내는 '사냥개로의 역할'이 중요해 집니다. 사람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 쓰는지,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다음 해에 유행이 될런지 찾는 일도 하게 되는 것이죠. 20대 시절에는 눈도 나쁘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코뿔소 처럼 일했는데, 30대 후반이 되니 높이 날아 멀리 바라보며 먹이감을 찾는 독수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건 뭐... 들짐승더러 날짐승으로 진화를 하라고 하니... 난데 없지만, 월급쟁이는 결국 돈 주는 사람이 시키는 일을 잘해야 잘리지 않는다는 거... 밥은 먹고 살아야죠.
밤낮으로 컴퓨터랑 씨름만 하다 갑자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공부해야 하려면 힘겹습니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 라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세상에는 '전문가' 혹은 '권위자' 라고 불리우며 자신이 어렵게 공부한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고맙고 자애로운 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인터넷으로 누가 어느 분야에 유명한 사람인지 확인하며, 전문가 분들이 집필하신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IT 분야가 참 좁은 곳인데도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일일이 찾아서 공부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 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 분들이 내놓는 지식과 예측을 쫒아 갈수록 오히려 미궁에 빠지는 일도 겪게 됩니다. 물론 들어맞는 예측도 많이 있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예측들이 있지요. 이런 저런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빌 게이츠는 2007년 PC가 거실로 나올 것이며, 그에 따라 TV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또, 우리는 UCC 동영상이 TV 방송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예상을 들었지만 정작 지금 유튜브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또, 파레토 법칙을 뒤집어 놓은 롱테일(long tail) 법칙이라는 말도 유행 했지요. 그런데 정작 롱테일 법칙으로 이득을 본 건, 책을 쓴 분하고 구글, 아마존 같은 대형 기업들 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말입니다. 아... 그리고, 웹 2.0도 빼먹을 수 없는 유행이겠지요. 물론 웹 2.0 선언은 팀 오라일리의 예언이 아닙니다. 그건, 그냥 벤쳐 거품이 꺼진 후에 살아남은 기업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요약한 지시어인 것이죠. 하지만, 이 단어가 전문가들의 손에 들어가서는 완전히 미래 예측을 위한 도구 처럼 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웹 2.0이라는 구호를 따라가서 떼 돈 벌었다는 기업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트레이스존 이준영 대표 강연 참조)
우리는 the Buggles 가 1979년에 부른 'Video kills the radio star'라는 팝송을 듣고 있는데, 라디오 스타가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라디오 방송 자체는 여전히 건재 합니다. 국내외 다양한 신문/방송사가 적자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건 시대의 변화를 쫒지 못해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인거지... 망해버릴 거라는 단정은 아직 시기 상조라고 생각됩니다. 라디오 방송이 음악만을 틀기 보다는 다양한 포맷을 개발해서 TV 방송과 차별화하고 있는 것처럼 방송이나 신문 사업도 수익 모델을 조심씩 변화시켜 가며 결국은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 분들이 하는 얘기가 전부 거품(bubble)이며, 무책임한 예언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 분들의 시각이 현재와 과거에 포커스(focus)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죠. 의뢰인이나, 대중에게 가급적 '확실한 정보'를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기꾼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확실한 정보를 많이 나열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래에 속한 사실(fact)'는 도무지 얻을 수 없다는 문제(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과거와 현재의 사실(fact)를 제시하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을 연장해가며 미래를 이야기 하죠.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예측, 혜안, 통찰)도 이야기 해야 합니다. 현실 혹은 사실이 95% 이고, 허구(혹은 예상)가 5% 정도 된다고 보는데, 5%가 빗나가면 95%는 맞춘거 아니냐고 주장하면 되고, 5%가 맞으면 그 다음 해에는 현명한 권위자로 언론에 소개 되는 것이죠. (농담 반, 진담 반) 전문가 분들을 깍아 내리고, 비아냥 대는 거냐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당부 드립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선생의 책을 읽어도 90% 정도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서 10% 정도만 이야기 할 수 있어도 세계적인 권위자가 됩니다.
그리고 권위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존경받는 권위자라고 할지라도 인간이라는 한계, 즉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 혹은 집단의 이해관계에 얽혀서 공정하지 못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빌 게이츠는 PC에 기반한 운영체제를 만들어 파는 회사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는 TV가 없어져야 할 대상일 것입니다.
요즘 새롭게 유행하는 이슈 중에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이야기 해 봅시다. 오라클 사의 회장님 래리 앨리슨은 과거에 NC(Network Computer)를 들고 나와서 MS와 한판 전쟁이라도 할 것 같은 태도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NC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느 정도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 언제나 삐딱하신 '영원한 반골' 리처드 스톨만 선생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그거 덫이야 참고) 한 때는 MS 보다 비싼 회사였던, 지금도 잘나가는 앨리슨 회장님의 환골탈태라도 하신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테크놀로지 분야의 선두주자이지만, 그 이전에 사업가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자신의 의견을 뒤집을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그 분의 의견에 '권위'라는 진한 양념을 듬뿍 뿌려서 내놓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보입니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대단히 추켜 새우며 정보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09년 7월 초, 제가 글을 쓰는 시점에 구글은 GMail 등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서비스에서 베타 딱지를 떼어 버리고 있습니다. 베타를 떼버렸으니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돈을 받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죠. 웹 서비스 만으로는 부족하니까,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웹 운영체제까지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MS 운영체제의 치명적인 약점인 느린 부팅 시간을 문제 삼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사용자가 지닌 모든 데이터를 자신들의 구글 플렉스(googleplex)에 담아 주겠다는 선포인 것입니다. 되돌아가서, 왜 슈미트 씨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극찬 했겠습니까? 이런 전략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얘기 인거고, 스톨만 선생은 진정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래리 앨리슨 회장은 경쟁자 입장에서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일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 구글이 Don't be evil 구호를 철회 했던가요. ^^;)
그래서 저는 전문가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5%라고 보고 다른 곳에서 미래 예측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저는 대중을 완벽한 이성적 집단이라고 바라보지 않습니다. 개개인은 이성적인 존재이지만, 모이면 군중(crowd)이 된다고 보는데요. 집단 지성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만, '집단 지성'이라고 쓰고 '군중 심리'라고 읽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남과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동시에 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반면에, 지나치게 오래도록 똑같은 행동과 일상은 권태를 불러오기 마련이죠.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큰 집단 속에서 극소수가 변화를 시도하면 처음에는 거부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극소수를 따르는 소수의 추종자 집단이 생기면 멀지 않아 집단 전체가 새로운 변화를 일상으로 영위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유행(trend)입니다. 변화가 정착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의 판단 기준은 극소수의 리더를 따르는 소수에게 새로운 변화가 멋있어 보이느냐, 기괴해 보이느냐 하는 것이죠. (비키니 수영복은 그 이름 자체가 핵 실험이 실시된 태평양의 섬 이름이었고, 충격 이었지만... 결국 지금 모두가 인정하는 패션이 되었습니다. 인정을 넘어서 사랑해 마지 않죠. ^^;)
IT 분야는 이제 소수(minor)의 괴짜(geek), 구루(guru)들이 미래를 이끄는 소외되고 음습한 드루이드(druid) 집단이 아닙니다. 영화 '트랜스포머 2'를 보셨다면, 그리고 주인공과 대학 기숙사 친구가 첫 대면하는 장면에서 나누는 대화를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techy 아니냐고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영화 대사로 쓰이는 단어는 그만큼 사회적으로 많이 통용되는 것들인데, 이 장면은 IT 기술이 현재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techie에 대한 인물 묘사는 여전히 아쉽지만 말입니다. ^^;) 그러니 대중 그리고 일상과 결합한 IT 기술의 유행(trend)을 이끄는 힘은 권위자(업계 종사자)들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약간 독특하고, 또 모험가 기질이 강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 일수도 있고, 혹은 소설가나 사진 작가, 그리고 영화 감독 일수도 있습니다. 왜 애플이 내놓는 제품들이 세상 사람들을 열광 시키는지, 애플이 내놓는 상품들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하드웨어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애플에 대해서 컴플렉스를 느끼는지 자명하지 않습니까?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권위 있는 정보를 모을 뿐 아니라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야외로, 거리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참, 아까 TV 얘기를 했었죠? 요즘 TV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 좀 하고 있습니다.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니까요. TV는 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경위를 알려드리죠. 몇 년 전에 '소설가 김영하'와 '만화가 이우일', 두 분이 영화에 대한 책을 함께 내놓으신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김영하님이 이런 내용을 담으신 걸 읽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적자 쌓여서 큰 일이라는 DMB TV를 열심히 보고, DMB 재생 기능이 포함되었느냐가 휴대폰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며, IP TV가 확실한 캐시 카우(cash cow)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제시하면 지나친 비약인 걸까요? 2003년에 나온 책입니다. 지금도 팔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출퇴근 길에 심심 풀이로 읽어도 재밌는 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TV 라는 매체와 지상파 방송이 망하지는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라디오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기는 하지만, 과거의 습관(혹은 익숙한 체험)을 한 세대에서 갑자기 없어지는 일은 드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 의식에 깊이 뿌리 박힌 것이라 할수도 있을 겁니다.
TV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요즘 TV가 점점 얇아져 벽걸이 액자와 별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냥 배치를 그렇게 했다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소설가(혹은 몽상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지요. 영화 '해리 포터'를 떠올려 봅니다. 학생들이 기숙사를 거닐면 액자 속의 인물들이 고정되어 있던 인물 말을 걸죠. 비슷한 영화로는 벤 스틸러가 주연한 '박물관이 살아 있다'라는 영화를 제시할 수 있겠군요.
정리해 보도록 하죠. 전문가는 과거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합니다. 하지만, 소설가 혹은 예술가들은 이해 관계를 따지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성이 원하는 세상을 그려 보입니다. 예술가는 강과 하천을 바라보며 땅 값이 얼마나 오를지 계산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 (아... 유명세 쫒아 행위예술 하고 다니시는 '자칭 예술가'는 빼고 말이죠.)
P.S.
글쓴 이는 위에 언급한 모든 인물 및 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언급한 인물들과 기업들 모두를 추종하지도 않고, 배척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밝힙니다.
(그냥 작은 IT 회사에서 일하는 프로그램도 짜는 샐러리맨일 뿐이니까요.)
밤낮으로 컴퓨터랑 씨름만 하다 갑자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공부해야 하려면 힘겹습니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 라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세상에는 '전문가' 혹은 '권위자' 라고 불리우며 자신이 어렵게 공부한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고맙고 자애로운 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인터넷으로 누가 어느 분야에 유명한 사람인지 확인하며, 전문가 분들이 집필하신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IT 분야가 참 좁은 곳인데도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일일이 찾아서 공부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 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 분들이 내놓는 지식과 예측을 쫒아 갈수록 오히려 미궁에 빠지는 일도 겪게 됩니다. 물론 들어맞는 예측도 많이 있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예측들이 있지요. 이런 저런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빌 게이츠는 2007년 PC가 거실로 나올 것이며, 그에 따라 TV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또, 우리는 UCC 동영상이 TV 방송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예상을 들었지만 정작 지금 유튜브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또, 파레토 법칙을 뒤집어 놓은 롱테일(long tail) 법칙이라는 말도 유행 했지요. 그런데 정작 롱테일 법칙으로 이득을 본 건, 책을 쓴 분하고 구글, 아마존 같은 대형 기업들 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말입니다. 아... 그리고, 웹 2.0도 빼먹을 수 없는 유행이겠지요. 물론 웹 2.0 선언은 팀 오라일리의 예언이 아닙니다. 그건, 그냥 벤쳐 거품이 꺼진 후에 살아남은 기업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요약한 지시어인 것이죠. 하지만, 이 단어가 전문가들의 손에 들어가서는 완전히 미래 예측을 위한 도구 처럼 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웹 2.0이라는 구호를 따라가서 떼 돈 벌었다는 기업들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트레이스존 이준영 대표 강연 참조)
우리는 the Buggles 가 1979년에 부른 'Video kills the radio star'라는 팝송을 듣고 있는데, 라디오 스타가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라디오 방송 자체는 여전히 건재 합니다. 국내외 다양한 신문/방송사가 적자에 시달린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건 시대의 변화를 쫒지 못해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인거지... 망해버릴 거라는 단정은 아직 시기 상조라고 생각됩니다. 라디오 방송이 음악만을 틀기 보다는 다양한 포맷을 개발해서 TV 방송과 차별화하고 있는 것처럼 방송이나 신문 사업도 수익 모델을 조심씩 변화시켜 가며 결국은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 분들이 하는 얘기가 전부 거품(bubble)이며, 무책임한 예언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그 분들의 시각이 현재와 과거에 포커스(focus)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죠. 의뢰인이나, 대중에게 가급적 '확실한 정보'를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기꾼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확실한 정보를 많이 나열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래에 속한 사실(fact)'는 도무지 얻을 수 없다는 문제(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과거와 현재의 사실(fact)를 제시하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을 연장해가며 미래를 이야기 하죠.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예측, 혜안, 통찰)도 이야기 해야 합니다. 현실 혹은 사실이 95% 이고, 허구(혹은 예상)가 5% 정도 된다고 보는데, 5%가 빗나가면 95%는 맞춘거 아니냐고 주장하면 되고, 5%가 맞으면 그 다음 해에는 현명한 권위자로 언론에 소개 되는 것이죠. (농담 반, 진담 반) 전문가 분들을 깍아 내리고, 비아냥 대는 거냐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당부 드립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선생의 책을 읽어도 90% 정도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서 10% 정도만 이야기 할 수 있어도 세계적인 권위자가 됩니다.
그리고 권위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존경받는 권위자라고 할지라도 인간이라는 한계, 즉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 혹은 집단의 이해관계에 얽혀서 공정하지 못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빌 게이츠는 PC에 기반한 운영체제를 만들어 파는 회사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는 TV가 없어져야 할 대상일 것입니다.
요즘 새롭게 유행하는 이슈 중에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이야기 해 봅시다. 오라클 사의 회장님 래리 앨리슨은 과거에 NC(Network Computer)를 들고 나와서 MS와 한판 전쟁이라도 할 것 같은 태도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NC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느 정도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 언제나 삐딱하신 '영원한 반골' 리처드 스톨만 선생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그거 덫이야 참고) 한 때는 MS 보다 비싼 회사였던, 지금도 잘나가는 앨리슨 회장님의 환골탈태라도 하신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테크놀로지 분야의 선두주자이지만, 그 이전에 사업가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자신의 의견을 뒤집을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그 분의 의견에 '권위'라는 진한 양념을 듬뿍 뿌려서 내놓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보입니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대단히 추켜 새우며 정보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09년 7월 초, 제가 글을 쓰는 시점에 구글은 GMail 등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서비스에서 베타 딱지를 떼어 버리고 있습니다. 베타를 떼버렸으니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돈을 받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죠. 웹 서비스 만으로는 부족하니까,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웹 운영체제까지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MS 운영체제의 치명적인 약점인 느린 부팅 시간을 문제 삼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사용자가 지닌 모든 데이터를 자신들의 구글 플렉스(googleplex)에 담아 주겠다는 선포인 것입니다. 되돌아가서, 왜 슈미트 씨가 클라우드 컴퓨팅을 극찬 했겠습니까? 이런 전략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얘기 인거고, 스톨만 선생은 진정 자유주의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래리 앨리슨 회장은 경쟁자 입장에서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일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 구글이 Don't be evil 구호를 철회 했던가요. ^^;)
그래서 저는 전문가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5%라고 보고 다른 곳에서 미래 예측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저는 대중을 완벽한 이성적 집단이라고 바라보지 않습니다. 개개인은 이성적인 존재이지만, 모이면 군중(crowd)이 된다고 보는데요. 집단 지성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만, '집단 지성'이라고 쓰고 '군중 심리'라고 읽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남과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동시에 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반면에, 지나치게 오래도록 똑같은 행동과 일상은 권태를 불러오기 마련이죠.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됩니다. 큰 집단 속에서 극소수가 변화를 시도하면 처음에는 거부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극소수를 따르는 소수의 추종자 집단이 생기면 멀지 않아 집단 전체가 새로운 변화를 일상으로 영위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가 바로 유행(trend)입니다. 변화가 정착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의 판단 기준은 극소수의 리더를 따르는 소수에게 새로운 변화가 멋있어 보이느냐, 기괴해 보이느냐 하는 것이죠. (비키니 수영복은 그 이름 자체가 핵 실험이 실시된 태평양의 섬 이름이었고, 충격 이었지만... 결국 지금 모두가 인정하는 패션이 되었습니다. 인정을 넘어서 사랑해 마지 않죠. ^^;)
IT 분야는 이제 소수(minor)의 괴짜(geek), 구루(guru)들이 미래를 이끄는 소외되고 음습한 드루이드(druid) 집단이 아닙니다. 영화 '트랜스포머 2'를 보셨다면, 그리고 주인공과 대학 기숙사 친구가 첫 대면하는 장면에서 나누는 대화를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techy 아니냐고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영화 대사로 쓰이는 단어는 그만큼 사회적으로 많이 통용되는 것들인데, 이 장면은 IT 기술이 현재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techie에 대한 인물 묘사는 여전히 아쉽지만 말입니다. ^^;) 그러니 대중 그리고 일상과 결합한 IT 기술의 유행(trend)을 이끄는 힘은 권위자(업계 종사자)들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약간 독특하고, 또 모험가 기질이 강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 일수도 있고, 혹은 소설가나 사진 작가, 그리고 영화 감독 일수도 있습니다. 왜 애플이 내놓는 제품들이 세상 사람들을 열광 시키는지, 애플이 내놓는 상품들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하드웨어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애플에 대해서 컴플렉스를 느끼는지 자명하지 않습니까?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권위 있는 정보를 모을 뿐 아니라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야외로, 거리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참, 아까 TV 얘기를 했었죠? 요즘 TV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 좀 하고 있습니다.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니까요. TV는 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경위를 알려드리죠. 몇 년 전에 '소설가 김영하'와 '만화가 이우일', 두 분이 영화에 대한 책을 함께 내놓으신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김영하님이 이런 내용을 담으신 걸 읽었습니다.
TV까지 인터렉티브하게 봐야 한다면 그것도 참 피곤한 일이 아닌가. TV는 모름지기 몸의 긴장을 최대한 늦추고 소파나 침대에 축 늘어져서 봐야 제맛이다. 인터넷 TV니 뭐니 하는 것들이 시장에서 썰렁한 반응을 얻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TV는 세상으로 향한 일종의 창문이다. 창문으로는 풍경을 자연스럽게 흘러가야지, 내가 일일이 그 풍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 피곤한 일이다. 좀 그냥 흘러 가다오! 이게 내가 TV에 바라는 유일한 것이다.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 더빙 천일야화 중에서, 2003년)
요즘 사람들이 적자 쌓여서 큰 일이라는 DMB TV를 열심히 보고, DMB 재생 기능이 포함되었느냐가 휴대폰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며, IP TV가 확실한 캐시 카우(cash cow)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제시하면 지나친 비약인 걸까요? 2003년에 나온 책입니다. 지금도 팔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출퇴근 길에 심심 풀이로 읽어도 재밌는 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TV 라는 매체와 지상파 방송이 망하지는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라디오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기는 하지만, 과거의 습관(혹은 익숙한 체험)을 한 세대에서 갑자기 없어지는 일은 드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 의식에 깊이 뿌리 박힌 것이라 할수도 있을 겁니다.
TV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요즘 TV가 점점 얇아져 벽걸이 액자와 별다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냥 배치를 그렇게 했다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소설가(혹은 몽상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지요. 영화 '해리 포터'를 떠올려 봅니다. 학생들이 기숙사를 거닐면 액자 속의 인물들이 고정되어 있던 인물 말을 걸죠. 비슷한 영화로는 벤 스틸러가 주연한 '박물관이 살아 있다'라는 영화를 제시할 수 있겠군요.
정리해 보도록 하죠. 전문가는 과거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합니다. 하지만, 소설가 혹은 예술가들은 이해 관계를 따지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성이 원하는 세상을 그려 보입니다. 예술가는 강과 하천을 바라보며 땅 값이 얼마나 오를지 계산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 (아... 유명세 쫒아 행위예술 하고 다니시는 '자칭 예술가'는 빼고 말이죠.)
P.S.
글쓴 이는 위에 언급한 모든 인물 및 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언급한 인물들과 기업들 모두를 추종하지도 않고, 배척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밝힙니다.
(그냥 작은 IT 회사에서 일하는 프로그램도 짜는 샐러리맨일 뿐이니까요.)
# by | 2009/07/09 01:07 | Plan for 40 | 트랙백(2) | 덧글(19)





제목 : 레인레테의 생각
써니님의 멋진글 발견. 진짜 비지니스 마인드를 가진 개발자심....more
제목 : 미래의 OS와 컴퓨터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먼저 현재의 트랜드를 크게 이야기하자면1. 멀티미디어2. HCI3. 소형화, 저전력화4. Seemless5. 유무선 초 고속 네트워크6. 플랫폼이 트랜드만 본다면 미래의 OS, 플랫폼은 어떠한 형태로 변할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이 가능하다.1. 컴퓨터에 대한 경험이 변환다. (UX적 측면)먼저 멀티미디어와 HCI...more
하지만, 모든 예술가가 강과 하천을 바라보면서 땅이 얼마나 오를지 계산 안하는건 아니더군요 : )
연기자 출신 장관님도 땅 값에 관심이 많으실 듯... ^^;
본문에 넣으려다 살짝 숨겨둔 메뉴를 꺼내주시는군요.
제 밑천 떨어지는 소리가... 그래도, 덧글 감사합니다. ^^;
혹시 블로그도 만들 줄 모르는 컴맹은 아니겠죠? ^^;
트랙백을 거세요... 제 모자란 실력을 탓할 시간에 토론 공부 더 하시구요.
비로그인 악플에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사실 관계를 정확히 드러내는 악플이라면 제가 잘못을 인정합니다.
아는 것도 없이 추정만 가지고 비난 하는 건 악플로 간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가 짖는다고, 개를 패면 때리는 사람이 나쁜 겁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난 이 블로그를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음.
짝퉁에 열광하는 사람은 역시 짝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누구를 낚으려고 차단한 비로긴 덧글을 다시 허용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
정작 해당 분야 의미있는 종사자는 그 허접함을 알아서 피하겠지만
이제 배우는 중인 학생이나 일반인은 이런 허접함에 낚일 수 있다는 사실.
상당히 많은 덧글은 남겼음에도 딸랑 두개는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는 저의는 뭘까.
당근, 짝퉁의 생존방식을 발휘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아가야 까불지 마라~~~ 네가 10년 경력이면 난 20년 경력이다~~"
열혈 팬이 생기는 건 좋지만... 부디 게이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ㅎㅎ
오늘날의 방송도 마찬가지지만, 컨탠츠 제작자와 유통자는 어느정도 분리가 될것이고, 컨탠츠 제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대안이 생길것입니다. 또한 2차저작물이 위력을 가지는 시대가 올것이죠. UCC는 더 이상 User가 1명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라, 중소 CP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컴퓨터란 무엇인가? 라고 유저들에게 묻는다면, S/w를 설치하고 사용한다라고 요즘은 대답할것입니다. 하지만, S/W설치의 속도가 웹으로 인하여 0가 되는 시점에 온다면, 사실 채널을 돌리는것과 마찬가지겠죠. 그런 개념하에 나오기 시작한게 클라우드고.
궁극적으로는 TV가 없어졌냐, 컴퓨터가 없어졌냐.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겁니다. 오늘날의 TV는 이미 TV가 아니죠. EPG를 다운받고, Ip위에 올라가 있고, VOD를 플레이 합니다. 오히려 TV보다는 MP3플레이어에 더 가까운 기계라고봐도 무방하며, 이는 사실 PC 터미널입니다.
웹환경도 기존에는 마우스와 키보드에 의존적인데 반해 나탈등의 기술로 점차 HCI적으로 변하겠죠. 물론 개발자들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요. WIn 95가 아이콘 베이스로 끌여들여 TV처럼 쉬운 컴퓨터에 한걸음 나갔다면 앞으로도 그 행동은 진행중입니다.
단순히 말해 , TV나 컴퓨터나 그저 플랫폼의 일종일 뿐이며, 이는 가상화로 해결될겁니다. TV와 컴퓨터의 경계란 사실상 없어지고, ip기반하에 컨탠츠 싸움이 중요한 시점에 오겠죠.
개인적으로 제가 최대 멀리 보는것은 웹TV 입니다. TV에 웹의 컨탠츠를 뿌려줄수 있는 브라우져 넣고 플랫폼 넣고, 인터넷 연결 해주면 끝인거죠. 이미 TV시청시간을 웹이용시간이 앞질러 갑니다. 그리고, 그들이 컨탠츠를 감상하는 순간 만큼은 TV를 보거나, 책을읽는것이나 마찬가지죠.
늘어지는 것이 TV다 라는데는 공감합니다. 문제는 컴퓨터가 그리로 가고 있다는것이죠. 지금도 컴퓨터는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긴 덧글 감사 드립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억측에 가까운 주장을 많이 합니다만, 사실 그 사람들이 하는 것은 "예측"이라기보단 "주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른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기술자가 아닌 투자자이죠.
"소비자가 움직이는게 아닌 돈이 움직인다." 이건 참 묘한 차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