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하향 평준화

IT 분야는 늘 희망과 절망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지만 - 야후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곧 구글에 따라잡힌 것처럼 - 그래도 희망이 있는 곳이라고 믿었다. 아니, 희망을 가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장도 커가고, 경력도 쌓여 가지만 오히려 희망의 크기는 줄어가고 있다. 요즘 신입 인력을 구하는데 이력서에 나와 있는 놀라운 자기 소개를 보고 절망이 한움큼 자라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개발해본 경력 내용에 "구구단"과 "소수 구하기" 프로그램을 적었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이 정도 프로그램은 원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교육용 프로그램인데 말이다. 모두가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유능한 인재도 많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런 인재들을 채용할 수 조차 없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IT 분야의 임금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선배의 메일이 하나 왔다. 같은 대학, 같은 대학원을 나오고 석사논문을 거의 대신 써줘야 했을 정도로 전공에 대한 실력은 없었던 선배. 그런데 올해 주식 수익율이 50%였다나? 게다가 한달간 홀홀단신 해외여행도 다녀오시고 요즘 PMP에다가 주택관리사 자격증 까지 따려고 하신다는군. IT 컨설팅 분야에 잠시 몸담았다가 요즘은 공기업에 취업하신 것으로 안다. 선배에게 IT라는 전공은 취업 수단이었고 늘 실력보다는 정치력으로 살아 남았다. 물론 무능한 분은 아니다. 거의 모든 자격시험을 단 한번에 통과하는 시험의 강자인데다, 마당발이며 착실하고 말 잘 듣는 헬스 매니아 몸짱 남편까지 둔 여걸이니까 말이다. 빈손으로 시작해서 30대에 수억의 자산을 모았다는 것이 선배 능력에 대한 가장 뚜렷한 증거일 것이다.

사실 이런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착실하게 한 우물을 파기보다는 다재다능하고 인맥을 잘 쌓으며 화술에 능해야 한다. (다른 나라도 별다르지 않겠지만...)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도 않고, 남의 떡을 부러워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마 수십년 후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하늘은 분명히 보상을 해준다. 다만, 어떤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그 보상이 적다. 아주 적은 분야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IT 분야 인력의 하향평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해도 그 댓가가 적기 때문에 노력을 안하게 되거나, 좋은 능력을 가진 인재나 사회 물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절대 뛰어들지 않을 분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인문계를 가야 한다거나, 무조건 공돌이라는 직업을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아니다.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있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나운서를 지망해서는 안되는게 아닌가? 반대로 IT에서도 꾸준히 영웅과 스타들이 배출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실력있는 선수들이 모이지 않는 리그는 결코 관중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흥행이 되지 않는 리그에는 좋은 선수가 모이지 않게 되고 악순환은 반복되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노장들만 남은 그런 리그에서 감독 생활이나 해야할까? 아니면, 일찌감치 다른 종목을 찾아 떠날 것인가? 아, 물론 하락하는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팀은 살아남는 법이다. 쓸쓸하게 말이다. 점점 선택의 기로에 다가서는 것을 느낀다.

by 써니 | 2007/07/13 14:26 | History | 트랙백(1) | 덧글(4)

Tracked from I'm Prostars at 2007/10/12 10:11

제목 : 대망의 1위 직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최고의 직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위 글에 대한 트랙백 얼마전에 뉴스를 보니 MONEY Magazine 과 Salary.com 에서 여러가지 요소를 가지고 조사해 미국의 베스트 10 직업을 뽑았다. 원문 : http://money.cnn.com/magazines/moneymag/bestjobs/ 대망의 1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나의 꿈이었으며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말은 거창한듯한데 아직 멀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순위를 매......more

Commented by KONA at 2007/07/13 19:47
막상 전산관련 일을 하면서 OTL스러운 일은 IT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전공을 가지고 신입으로 들어와 IT업무를 맡는 다는 점입니다.
Commented by 「피닉스™」 at 2007/07/14 01:13
제 주위에도 IT관련지식이 저보다 심하게 없으신 분들도 회사취업해서 다니는걸 보면...당췌..미슷훼리였죠. 제일 속이 쓰린건 정말 열심히 공부하던 사람들이 좋은 회사를 취직하는게 아니라 실력없고 말빨만 되는 사람이 먼저 취직되는 요지경..-_-머 실력이 들통날쯔음에 회사를 갈아타는걸 보지만요..;;
Commented by prostars at 2007/10/12 10:16
하향 평준화도 문제고...신입으로 취업을 하시는 분들의 나이가 어려서인지...기본 예의도 문제랍니다.
면접 약속을 우습게 깨버리고 안 오는건 예사..전화도 안 받아버리네요 -_-;;
Commented by 비밀을알려주마 at 2007/10/16 17:42
정치가 더 중요하단건 아실 겁니다.
그럼, 실력 빵빵한 후배를 뽑을까요...
눈치 빠르고 내 멍멍이가 잘 되줄 사람을 뽑을까요.. ( 어차피
과는 딴놈한테 돌릴 내공이 되고 공은 내가 가져올 내공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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