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시장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IT 분야에서 오래 일한 개발자이면서도 IT 분야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들려오는 절망의 소리에 질려서 그런 것이다. 도무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에서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저주 받은 운명이라는 아우성이 그치지를 않는다. 하지만 진정 대한민국 IT의 미래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10년 전에 비해서 오히려 100억 이상의 매출을 자랑하는 IT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일까?

10년 조금 전에 IT 분야에 발을 들일 때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반인이 많았다. 기업에서 대형 컴퓨터를 사게 되면 대체 그 비싼 물건을 무엇에 쓰는 거냐고 의구심을 가지는 사장들이 많았다. 게다가 컴퓨터 보다 커다란 항온항습 장비를 보고 이게 그 비싼 컴퓨터냐고 묻는 사장들 조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너도 나도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한다. e-business, m-business, 유비쿼터스 등 IT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은 점점 확대 일로에 있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라던가, 하청에 재하청에 따른 낮은 수익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알짜 기업들이 하나둘씩 자라나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갈데가 없어서 고민해야 하는가? 아니다, 경력이 충분하고 실력이 있는 개발자가 이력서를 올리면 오라는 곳은 정말 많다. 다만 40대 이후에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개발자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창기 개발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개발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회적인 인식도 나아졌다. 여전히 개발자가 고생하는 직종이라고 하지만 개발 환경이나, 직업적 안정성은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후퇴한 적이 없다. 오히려 과거에는 개발만 하면 떼돈 버는 건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고, 실상은 라면 먹고 개발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다면 불만 자체를 제기하는 것이 잘못인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확실히 대부분의 개발자가 노력하는데 비해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기업이 돈을 벌어야 직원들에게 월급을 더 줄게 아닌가? 기IT 기업이 왜 돈을 제대로 못 버는가? 구성원들의 문제도 있지 않을까? 기업인들과 사회의 문제를 파고 드는 것도 의미 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말하고 싶다. 자동차 산업 초창기에는 정비공도 대단한 엔지니어로 대우 받았다. 모든 산업이 발전하게 됨에 따라 기술자의 지위는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이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프로그램 소스를 만들어 낸다고 해서 고급 인력이 아닌 것이다. 프로그래머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말은 아무리 떠들어 봐야 소용이 없다. 그 어떤 고객도 단순 개발하는 업무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고, 직원도 그에 따라 월급을 받는 것이다.

단순 프로그래머에 머물어서는 안된다. 창조적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스트럿츠나 스프링을 쓸 줄 안다고 해서 더 대우 받는게 아니다. 그래봐야 잠깐이다. 우리나라에 SAP라는 세계적 ERP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 SAP용 개발언어인 ABAP을 쓸 줄 아는 개발자는 무조건 월 7~800만원 이상의 대우를 받았다. 시스템을 제대로 아는 것도 아니고 단지 개발 언어를 이해라 뿐인데 말이다. 그것도 3~5년이 지나니 점점 몸값이 떨어지더란 말이다. 그럼에도 몸값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은 SAP 시스템 내부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연봉 최소 1억이다. 참고로 SAP 내부에 들어있는 DB 테이블 수는 4~5만개라고 한다. 전세계에서 SAP 전체를 이해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들었다.

디자인 패턴, 리팩토링,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고객의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한다. 아키텍트가 되건 아니면 컨설팅을 하건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 요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기술 자체만 집중하는가? 아니, 환경과 전자, 통신까지 감안하고 있다. 휴대폰 회사들은 디자인에 몰두한다. 개발자라고 해서 코드만 잘 만들면 되는게 아니다. 그래서는 팔리지가 않는다. 쓰기 편한 소프트웨어, 다른 시스템과 원활히 연동되고, 설계 변경이 요구되어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야를 넓히고 더 많은 것을 공부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IT 시장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들여다 보면 IT 내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발 우물 안에서 떠들지 말자. 스스로가 불쌍해질 뿐이다. 실력이 있는데 회사가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가? 그렇다면 헤드헌터를 찾고, 인력 시장에 자신을 소개하라. 인맥도 쌓고 잘 나가는 기업이 어디인가 조사를 하시라~

IT 분야의 개발자들은 머리가 좋은데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열심히 개발은 하는데, 열심히 회사를 찾는 개발자는 드물다. 열심히 일하다, 불평하다, 그리고 아주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 좋은 회사 어디 없냐? 그런데 당신이 물어보는 그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우물 안에서 서로 물어보면 답이 나오겠는가?

by 써니 | 2007/03/28 13:02 | Development | 트랙백(2) | 덧글(4)

Tracked from 아직은 화려한 나날 at 2007/03/29 10:40

제목 : IT 에서 경영으로..
IT 시장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바닥에 머물면 끝끝내 바닥일 뿐이지요. 요즘 IT 컴퍼런스들을 가보면 이런 느낌이 듭니다. "기술은 끝났다. 업무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에 IT 가 기여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과 IT 의 결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 IT 에서 바닥을 헤메지 말고 수준을 높여 갈 것이며, IT 를 완성한 후에는 경영 관련 공부를 해보는 것......more

Tracked from alchemist fo.. at 2007/10/29 08:23

제목 : IT 시장 판정 일견.
IT 시장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more

Commented by 루베 at 2007/03/28 21:38
IT 를 떠나 인생 자체에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7/04/03 15:28
구구절절히 옳은 말씀이십니다. 제가 있는 IT 제품 콘텐츠 분야도 무릇 비슷한것 같습니다. 이 바닥에서 하는 이야기가... '제품을 아는 사람은 많은데 비지니스를 할 사람이 없다'죠.
Commented by 정으니 at 2007/04/07 15:40
저도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네요. 프로그래머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나를 대체할 만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으니...다른 부분들과 융합되는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있으면서, 이부분에서는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없다! 라는 정도까지 올라가야 될 것 같기도 하고...그렇다고 한자리만 있으면 도태되니 언제까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공부도 해야하고...정말 이쪽 길은 배움에 끝이 없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것 같네요.
Commented by 개발자 at 2007/10/19 12:11
같은 시기에 시작한것 같고 어쩌면 같은 회사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최초의 애쓰아이라고 하신 글을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있어서리...
요즘 생각하는건데 대우는 결국 협상력에 근거하더군요. 그 대우라는거 알아서 해줄거라고 착각들을 하는게 보통의 개발자 이지요. 정치에 약하다는게 요즘 회자되는 개발자의 대우 문제에 근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쪼임을 당할 거라는데에 만원 걸죠...^^.
결국 비지니스 맨들은 약점을 파고드는 기술을 닦아온 사람들이란거죠. 정치력을 겸비할 수 있다면 그쪽을 찾아보는것도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안돼더군요.)

이런문제와 관련되어서 해외탈출을 곱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습니다. 헌데,
해외 탈출을 저는 탈출의 의미가 아니라 도전의 의미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쪽 뿐 아니라.
세상은 더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일본이나 중국 산동반도만 예를 들어도 어디 거리상으로는 무척 가깝죠..

님 글을 읽다가 ( 뭐 동의는 하지만 감정적으로 반대되는 ) 몇자 끄적입니다. 한국이 어쩌면 너무 좁은 동네가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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